
(가)6411 노회찬의 집 <함께하는 사람들> 인터뷰
김숲 ‧ 그림책 <첫차를 타는 사람들> 작가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이강준 노회찬재단 사업기획실장
노회찬재단 회원들을 위해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25년간 어린이책을 만든 편집자고요. 책을 만들다가 출판사를 차린 지 한 3년 정도 되었습니다. 이번에 그림책 <첫차를 타는 사람들>을 쓴 김숲이라고 합니다.
지난 2024년 제10회 인천평화창작가요제에서 평화의나무합창단의 <첫차를 타는 사람들>이 대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늦었지만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노랫말을 지으신 배경과 과정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평화의 나무 합창단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제가 편집자로 일을 하면서 한 10여 년 정도 ‘평화의 나무 합창단’ 활동을 했는데요. 평화의 나무 합창단은 아마추어들이 모여서 세상에 필요한 목소리들을 합창으로 전하는 사람들이거든요. 큰 공연장을 빌려서 공연도 하지만,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노래로 연대하는 것입니다. 고공 농성을 하는 곳이나 장기 농성을 하는 집회 현장에 가서 노래로 연대하는 그런 단체에요. 그냥 아름다운 노래만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필요한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하는 그런 합창단입니다.
지난 2020년 전태일 열사 50주기이기도 하고, 우리가 늘 일하는 사람들하고 연대하는 합창단인데, ‘노래로 좀 의미 있게 만들어보자’ 이런 제안이 있었어요. 그래서 창작 합창곡 가사를 만들어서 작곡가들한테 의뢰해서 새로운 합창곡을 선보여 보자. 우리의 목소리로 이런 얘기가 나왔었어요. 그때 제가 합창단의 홍보부원 일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책도 만들고 하니 작사를 네가 해라’, 이렇게 된 거예요. 그때 네 곡의 노래를 만들어서 작곡가들이 각각 한 곡씩 작곡했습니다.
저는 첫 차를 타본 적은 없는데, 노회찬 의원의 6411번 버스 연설이 굉장히 강력하게 다가왔어요. 그렇게 고단한 노동을 통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노동 환경이나 이런 건 크게 바뀌지 않았고요. 청소 노동자나 경비 노동자 이런 분들에 대한 어떤 모욕이나 이런 것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세상이 크게 변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 연설이 굉장히 강력하게 각인이 됐었죠. 네 곡의 노래 중에 ‘하늘에 사람이 있다’라는 곡이 첫 곡이고요. 하늘에 있는 고공 농성자가 땅 위에 있는 사람들한테 하는 얘기고요. 두 번째 노래가 ‘첫 차를 타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러니까 그 사람이 새벽에 잠이 깨서 바라봤을 때 지나는 버스 첫 차에 탄 사람들의 얘기를 두 번째 곡으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서 두 번째 곡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림책 <첫차를 타는 사람들> 출판을 준비하시면서, ‘저자 인세를 노회찬의 집에 기부하시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는 개인적으로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감사하고 소중한 마음에 뭉클했습니다. 그러나 작가료가 많지 않을 것이라 짐작했고, 작가님께서 1인 출판사를 운영하시면서 힘들 것이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합창단의 정체성이 연대, 이렇게 함께 손을 잡는 거에 더 방점이 찍혀 있었다고 생각을 했어요. 제가 어떤 투쟁의 현장에 늘 관심을 갖고 이렇게 살지는 못했어요. 근데 합창단이 가는 어떤 현장이라고 하면 미리 기사도 찾아보고, 뭐가 문제인지, 왜 이분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농성을 하는지, 이런 것을 찾아봤어요. 그리고 좀 지난 이야기지만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 씨가 철탑 위에 올라갔을 때도 저희가 가서 공연을 했는데, 그때 되게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강남 한복판에 진짜 너무 가냘픈 그 철탑인데, 한 평도 안 된다고 들었거든요. 그날은 막 비가 왔었거든요. 그러니까 비도 제대로 피하기 힘든 그곳에 왜 올라갔을까? 이런 생각도 했었고, 저 사람은 이 땅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까? 이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이 작사도 제안을 받았던 거죠. 그래서 내가 뭔가 뛰어난 어떤 능력을 가져서 작사를 했다기보다는, 우리의 어떤 활동에 연장선이라는 생각도 했어요. 또 거기에 중요한 모티브를 줬던 노회찬 의원의 연설도 있었고요. 그래서 저는 이게 책으로 만들어지는 게 나한테 가장 큰 성과고 가장 큰 선물이겠다는 생각을 했었고요. 그래서 많지는 않지만 기꺼운 마음으로 함께할 수 있었던 거고, 책이 더 잘 팔려서 더 앞으로도 더 나눌 수 있다면 더 행복하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그림책 출판을 하시면서 어려움이나 보람을 느끼신 일화가 있으신지요? 그리고 그림책이 갖는 힘에 대해 시민들과 나누고 싶으신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그림책이 사람들이 볼 때는 글도 짧고 페이지도 얼마 안 되고 하니까 만들기 쉽겠다, 이런 이제 생각을 많이 하기도 하는데요. 보통 2~3년씩 걸리는 작업이고요. 물론 1년 안에 만드는 경우들도 있지만, 글과 그림의 어떤 작동 방식이 다르다 보니, 이 과정이 굉장히 지난한 경우가 많아요. 그림을 그렸다가도 다시 그리는 경우들이 있고, 글도 그림에 따라서 계속 수정이 되고, 이런 과정을 거치게 되거든요. 제가 전에는 역사책도 만들어보고 인문서도 만들어보고 했던 경험이 있었는데, 그때보다 그림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어떤 끈끈함이 있어요. 그러니까 서로 아이디어를 주기도 하고, 그 아이디어를 받아안아서 다시 수정하기도 하고 해요. 그래서 만드는 과정에서의 어떤 팀워크랄지, 동료애랄지 이런 것들이 다른 책보다는 훨씬 더 좀 끈끈한 편이거든요. 제작 기간이 길기도 하고요. 그래서 지치지 않게 서로 독려하기도 하고, 이런 과정이 있어요.
저는 25년 출판 일을 하면서, 그림책이라는 장르를 만나서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는데요. 그림책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크다면 또 거기에 욕심을 내서 달려들 사람들이 많을 텐데, 그렇게까지 시장이 크지는 않아요. 물론 시장이 더 커지기를 바라지만, 여기 안에서 그림책의 어떤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모여 서로 독려하고, 응원하고, 이런 분위기들이 형성돼 있어요. 이 분야를 모르는 사람이 볼 때는 ‘얘는 뭐가 이렇게 행복한 거야?’, ‘뭐가 이렇게 신나는 거야?’, 이런 얘기들을 할 정도로 좀 그런 독특한 문화가 있거든요.
저의 삶의 어떤 지향하고도 그림책이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제가 오래 일을 한 사람이다 보니, 신인 작가들을 섭외해서 그들이 조금 더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게 행복해요. 그리고 또 그림책이 어린이만 보는 책은 아니라는 인식들도 이제 많아졌어요. 짧은 글 안에서 큰 울림을 주는 책이라는. 그래서 연령으로 구분할 수 있는 책이 아니라 그것에 감응하는 사람이 그 책의 독자가 될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저하고도 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림책 편집자가 되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한테는 그림책은 아이들 책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는데요. 최근에 그러면 성인 독자들이 많이 늘어난 편인가요? 기억나시는 일화를 소개해 주셔도 좋겠습니다.
저는 노래를 워낙 어릴 때부터 좋아했었요. 합창단이나 중창단에서 활동을 할 수 있으면 찾아가서 하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출판사를 처음 차렸을 때 노랫말 그림책을 하고 싶은 거예요. 제가 어릴 때 위로받았던 노래들, 이런 걸 좀 해보자고 해서 이상은의 ‘삶은 여행’, 조동익의 ‘엄마와 성당에’라는 노래가 있는데, 그걸 그림책을 만들었거든요. ‘삶은 여행’ 같은 경우는 이상은 씨의 샤이한 팬들이 있으시거든요. 막 이렇게 드러내놓고 활동을 하지 않는데, 제가 동탄에서 행사를 하는 날 처음 그 책을 푼 거예요. 인터넷 서점에도 깔리지 않았을 때, 근데 그거를 누가 해시태그로 상은 언니의 책이 나온다는 걸 팬 카페 같은 데 올려서 서울에서 2시간씩 걸려가지고 동탄에 오신 거에요. 와서 책을 사가시는 그분들이 정말 눈물을 글썽글썽하면서 ‘너무 고맙다’, ‘이 책을 내줘서 너무 고맙고 행복하다’고 말씀해 주시는 거에요. 정말 저도 처음 보는 이상은 님의 팬들 손을 붙들고 같이 막 울었던 기억도 있고요.
조동익 씨 책이 나왔을 때 기억도 나네요. 조동진 씨 동생인데요. 노래 제목이 ‘엄마와 성당에’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노래였는데, 아는 사람들은 굉장히 좋아하는 노래였거든요. 소복이라는 작가가 그걸 그렸거든요. 소복 작가가 ‘조동익 선생님한테 허락받아서 책으로 내기로 했다’고 했더니, 자기는 그 노래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절필을 해도 된다는 거에요. 자기 청소년 시절 감수성의 팔할을 만들어준 사람이 조동익 선생님이다. 소복 작가가 작업을 해서 책이 나왔고, 음악에 관한 책이다 보니 북토크를 약간 음악 감상회처럼 했거든요. 그래서 블루투스 스피커 갖다 놓고 관객이 신청한 노래를 라디오처럼 사연도 읽고 했어요. 북토크에 사람들이 꽉 찰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왔고, 관객 중에 조동익 씨를 그 당시에 좋아했던 숨은 팬들이 있더라고요. ‘이게 그림책으로 나오다니 너무 고맙다’, 이런 얘기를 그러니까 책을 만들면서 그런 경험을 많이 하지는 않았던 것 같거든요. ‘만든 사람한테 고맙다’라는 얘기를 하는 장르이기도 한 것 같아요.
끝으로 노회찬의집 벽돌기금 참여 메시지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좀 비유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책을 만들 때 이제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이 책이 대중적이지 않을 것 같다고 하면, 이 책을 내는 게 맞을까 이런 고민을 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약간 농담처럼 ‘나는 이 책에 감흥했어’, ‘나는 이 원고가 좋아’, 그러면 ‘나 같은 사람이 5천 명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면 진행을 하거든요. ‘나 같은 사람이 6411명은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제가 뭐 굉장히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 노회찬 의원을 평소에 너무 잘 알고 있었던 사람도 아닌데,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이고, 그의 어떤 연설이나 행보에 많은 감동을 받았던 정도의 사람인데, 이런 평범한 사람들이 6411명 정도는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제 실장님도 곁을 내주셔서 감사하다, 이런 표현을 저한테 많이 하셨었는데, 그 곁을 내줄 자리가 있다는 걸 알리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노회찬의 집을 만들고 있고, 당신도 함께 하자고 하면, 6411명 정도는 함께하지 않을까? 그래서 저도 더 고민하고 알려 나가야겠지만, 충분히 그럴 분들이 곳곳에 숨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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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필명 '김숲')
오랫동안 어린이책을 만드는 편집자로 일했으며, 지금은 1인 출판사 ‘나무의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출판사를 다니며 첫차를 타는 사람들처럼 새벽에 일어나 작사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구로에서 강남으로 가는 첫차의 풍경을 묘사한 한 국회의원 연설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고, 그 노래가 그림책이 되었습니다. 고(故) 노회찬 의원에게 이렇게나마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가)6411 노회찬의 집 <함께하는 사람들> 인터뷰
김숲 ‧ 그림책 <첫차를 타는 사람들> 작가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이강준 노회찬재단 사업기획실장
노회찬재단 회원들을 위해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25년간 어린이책을 만든 편집자고요. 책을 만들다가 출판사를 차린 지 한 3년 정도 되었습니다. 이번에 그림책 <첫차를 타는 사람들>을 쓴 김숲이라고 합니다.
지난 2024년 제10회 인천평화창작가요제에서 평화의나무합창단의 <첫차를 타는 사람들>이 대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늦었지만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노랫말을 지으신 배경과 과정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평화의 나무 합창단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제가 편집자로 일을 하면서 한 10여 년 정도 ‘평화의 나무 합창단’ 활동을 했는데요. 평화의 나무 합창단은 아마추어들이 모여서 세상에 필요한 목소리들을 합창으로 전하는 사람들이거든요. 큰 공연장을 빌려서 공연도 하지만,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노래로 연대하는 것입니다. 고공 농성을 하는 곳이나 장기 농성을 하는 집회 현장에 가서 노래로 연대하는 그런 단체에요. 그냥 아름다운 노래만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필요한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하는 그런 합창단입니다.
지난 2020년 전태일 열사 50주기이기도 하고, 우리가 늘 일하는 사람들하고 연대하는 합창단인데, ‘노래로 좀 의미 있게 만들어보자’ 이런 제안이 있었어요. 그래서 창작 합창곡 가사를 만들어서 작곡가들한테 의뢰해서 새로운 합창곡을 선보여 보자. 우리의 목소리로 이런 얘기가 나왔었어요. 그때 제가 합창단의 홍보부원 일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책도 만들고 하니 작사를 네가 해라’, 이렇게 된 거예요. 그때 네 곡의 노래를 만들어서 작곡가들이 각각 한 곡씩 작곡했습니다.
저는 첫 차를 타본 적은 없는데, 노회찬 의원의 6411번 버스 연설이 굉장히 강력하게 다가왔어요. 그렇게 고단한 노동을 통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노동 환경이나 이런 건 크게 바뀌지 않았고요. 청소 노동자나 경비 노동자 이런 분들에 대한 어떤 모욕이나 이런 것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세상이 크게 변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 연설이 굉장히 강력하게 각인이 됐었죠. 네 곡의 노래 중에 ‘하늘에 사람이 있다’라는 곡이 첫 곡이고요. 하늘에 있는 고공 농성자가 땅 위에 있는 사람들한테 하는 얘기고요. 두 번째 노래가 ‘첫 차를 타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러니까 그 사람이 새벽에 잠이 깨서 바라봤을 때 지나는 버스 첫 차에 탄 사람들의 얘기를 두 번째 곡으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서 두 번째 곡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림책 <첫차를 타는 사람들> 출판을 준비하시면서, ‘저자 인세를 노회찬의 집에 기부하시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는 개인적으로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감사하고 소중한 마음에 뭉클했습니다. 그러나 작가료가 많지 않을 것이라 짐작했고, 작가님께서 1인 출판사를 운영하시면서 힘들 것이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합창단의 정체성이 연대, 이렇게 함께 손을 잡는 거에 더 방점이 찍혀 있었다고 생각을 했어요. 제가 어떤 투쟁의 현장에 늘 관심을 갖고 이렇게 살지는 못했어요. 근데 합창단이 가는 어떤 현장이라고 하면 미리 기사도 찾아보고, 뭐가 문제인지, 왜 이분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농성을 하는지, 이런 것을 찾아봤어요. 그리고 좀 지난 이야기지만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 씨가 철탑 위에 올라갔을 때도 저희가 가서 공연을 했는데, 그때 되게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강남 한복판에 진짜 너무 가냘픈 그 철탑인데, 한 평도 안 된다고 들었거든요. 그날은 막 비가 왔었거든요. 그러니까 비도 제대로 피하기 힘든 그곳에 왜 올라갔을까? 이런 생각도 했었고, 저 사람은 이 땅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까? 이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이 작사도 제안을 받았던 거죠. 그래서 내가 뭔가 뛰어난 어떤 능력을 가져서 작사를 했다기보다는, 우리의 어떤 활동에 연장선이라는 생각도 했어요. 또 거기에 중요한 모티브를 줬던 노회찬 의원의 연설도 있었고요. 그래서 저는 이게 책으로 만들어지는 게 나한테 가장 큰 성과고 가장 큰 선물이겠다는 생각을 했었고요. 그래서 많지는 않지만 기꺼운 마음으로 함께할 수 있었던 거고, 책이 더 잘 팔려서 더 앞으로도 더 나눌 수 있다면 더 행복하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그림책 출판을 하시면서 어려움이나 보람을 느끼신 일화가 있으신지요? 그리고 그림책이 갖는 힘에 대해 시민들과 나누고 싶으신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그림책이 사람들이 볼 때는 글도 짧고 페이지도 얼마 안 되고 하니까 만들기 쉽겠다, 이런 이제 생각을 많이 하기도 하는데요. 보통 2~3년씩 걸리는 작업이고요. 물론 1년 안에 만드는 경우들도 있지만, 글과 그림의 어떤 작동 방식이 다르다 보니, 이 과정이 굉장히 지난한 경우가 많아요. 그림을 그렸다가도 다시 그리는 경우들이 있고, 글도 그림에 따라서 계속 수정이 되고, 이런 과정을 거치게 되거든요. 제가 전에는 역사책도 만들어보고 인문서도 만들어보고 했던 경험이 있었는데, 그때보다 그림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어떤 끈끈함이 있어요. 그러니까 서로 아이디어를 주기도 하고, 그 아이디어를 받아안아서 다시 수정하기도 하고 해요. 그래서 만드는 과정에서의 어떤 팀워크랄지, 동료애랄지 이런 것들이 다른 책보다는 훨씬 더 좀 끈끈한 편이거든요. 제작 기간이 길기도 하고요. 그래서 지치지 않게 서로 독려하기도 하고, 이런 과정이 있어요.
저는 25년 출판 일을 하면서, 그림책이라는 장르를 만나서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는데요. 그림책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크다면 또 거기에 욕심을 내서 달려들 사람들이 많을 텐데, 그렇게까지 시장이 크지는 않아요. 물론 시장이 더 커지기를 바라지만, 여기 안에서 그림책의 어떤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모여 서로 독려하고, 응원하고, 이런 분위기들이 형성돼 있어요. 이 분야를 모르는 사람이 볼 때는 ‘얘는 뭐가 이렇게 행복한 거야?’, ‘뭐가 이렇게 신나는 거야?’, 이런 얘기들을 할 정도로 좀 그런 독특한 문화가 있거든요.
저의 삶의 어떤 지향하고도 그림책이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제가 오래 일을 한 사람이다 보니, 신인 작가들을 섭외해서 그들이 조금 더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게 행복해요. 그리고 또 그림책이 어린이만 보는 책은 아니라는 인식들도 이제 많아졌어요. 짧은 글 안에서 큰 울림을 주는 책이라는. 그래서 연령으로 구분할 수 있는 책이 아니라 그것에 감응하는 사람이 그 책의 독자가 될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저하고도 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림책 편집자가 되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한테는 그림책은 아이들 책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는데요. 최근에 그러면 성인 독자들이 많이 늘어난 편인가요? 기억나시는 일화를 소개해 주셔도 좋겠습니다.
저는 노래를 워낙 어릴 때부터 좋아했었요. 합창단이나 중창단에서 활동을 할 수 있으면 찾아가서 하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출판사를 처음 차렸을 때 노랫말 그림책을 하고 싶은 거예요. 제가 어릴 때 위로받았던 노래들, 이런 걸 좀 해보자고 해서 이상은의 ‘삶은 여행’, 조동익의 ‘엄마와 성당에’라는 노래가 있는데, 그걸 그림책을 만들었거든요. ‘삶은 여행’ 같은 경우는 이상은 씨의 샤이한 팬들이 있으시거든요. 막 이렇게 드러내놓고 활동을 하지 않는데, 제가 동탄에서 행사를 하는 날 처음 그 책을 푼 거예요. 인터넷 서점에도 깔리지 않았을 때, 근데 그거를 누가 해시태그로 상은 언니의 책이 나온다는 걸 팬 카페 같은 데 올려서 서울에서 2시간씩 걸려가지고 동탄에 오신 거에요. 와서 책을 사가시는 그분들이 정말 눈물을 글썽글썽하면서 ‘너무 고맙다’, ‘이 책을 내줘서 너무 고맙고 행복하다’고 말씀해 주시는 거에요. 정말 저도 처음 보는 이상은 님의 팬들 손을 붙들고 같이 막 울었던 기억도 있고요.
조동익 씨 책이 나왔을 때 기억도 나네요. 조동진 씨 동생인데요. 노래 제목이 ‘엄마와 성당에’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노래였는데, 아는 사람들은 굉장히 좋아하는 노래였거든요. 소복이라는 작가가 그걸 그렸거든요. 소복 작가가 ‘조동익 선생님한테 허락받아서 책으로 내기로 했다’고 했더니, 자기는 그 노래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절필을 해도 된다는 거에요. 자기 청소년 시절 감수성의 팔할을 만들어준 사람이 조동익 선생님이다. 소복 작가가 작업을 해서 책이 나왔고, 음악에 관한 책이다 보니 북토크를 약간 음악 감상회처럼 했거든요. 그래서 블루투스 스피커 갖다 놓고 관객이 신청한 노래를 라디오처럼 사연도 읽고 했어요. 북토크에 사람들이 꽉 찰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왔고, 관객 중에 조동익 씨를 그 당시에 좋아했던 숨은 팬들이 있더라고요. ‘이게 그림책으로 나오다니 너무 고맙다’, 이런 얘기를 그러니까 책을 만들면서 그런 경험을 많이 하지는 않았던 것 같거든요. ‘만든 사람한테 고맙다’라는 얘기를 하는 장르이기도 한 것 같아요.
끝으로 노회찬의집 벽돌기금 참여 메시지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좀 비유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책을 만들 때 이제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이 책이 대중적이지 않을 것 같다고 하면, 이 책을 내는 게 맞을까 이런 고민을 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약간 농담처럼 ‘나는 이 책에 감흥했어’, ‘나는 이 원고가 좋아’, 그러면 ‘나 같은 사람이 5천 명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면 진행을 하거든요. ‘나 같은 사람이 6411명은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제가 뭐 굉장히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 노회찬 의원을 평소에 너무 잘 알고 있었던 사람도 아닌데,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이고, 그의 어떤 연설이나 행보에 많은 감동을 받았던 정도의 사람인데, 이런 평범한 사람들이 6411명 정도는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제 실장님도 곁을 내주셔서 감사하다, 이런 표현을 저한테 많이 하셨었는데, 그 곁을 내줄 자리가 있다는 걸 알리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노회찬의 집을 만들고 있고, 당신도 함께 하자고 하면, 6411명 정도는 함께하지 않을까? 그래서 저도 더 고민하고 알려 나가야겠지만, 충분히 그럴 분들이 곳곳에 숨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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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필명 '김숲')
오랫동안 어린이책을 만드는 편집자로 일했으며, 지금은 1인 출판사 ‘나무의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출판사를 다니며 첫차를 타는 사람들처럼 새벽에 일어나 작사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구로에서 강남으로 가는 첫차의 풍경을 묘사한 한 국회의원 연설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고, 그 노래가 그림책이 되었습니다. 고(故) 노회찬 의원에게 이렇게나마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